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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May, 2010

"첨단시대 살고 있으니 디지털 마술해야죠"

[레벨:164]id: 유겐 조회 수 478 추천 수 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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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경북 청도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FUN & 樂’ 강당에서 열린 개그맨 전유성문화행사에 출연 스크린 마술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전유성은 김태원씨를 신세대 마술사라 극찬하기도 했다. ⓒ 데일리안

#. 한 남자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남자가 텔레비전을 켜니 화면조정화면이 나온다. 빨강, 노랑, 초록, 분홍...남자가 텔레비전에 손을 갖다 대자 화면조정의 빨강색이 사라졌다.

남자가 손에 빨간색 천을 들고는 ‘이 정도에 놀란 거야?’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내 파란색에 손을 대자 그마저도 사라졌다. 남자가 이번엔 파란천을 들고 익살스럽게 웃어 보인다.

마술이 분명한데 스토리가 있다. 8분, 길이도 꽤 긴 편이다. 단순히 마술의 기술 혹은 기법만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놀라움을 끌어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스크린마술이다. 스크린마술은 쉽게 말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 등의 전자기기의 영상을 이용한 마술을 말한다. 마술사가 자신의 몸이나 물건 따위를 영상 안으로 넣거나 빼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스크린마술 분야의 세계 1인자를 꿈꾸는 프로마술사 김태원씨(27). 그는 스크린마술을 “현실과 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지털적인 요소가 가미된 현대적인 마술”이라고 설명했다.

스크린마술은 비록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미 해외에서 몇몇의 마술사들이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몇 명의 마술사들이 시도한 바 있지만 백퍼센트 창작물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스크린마술의 기법과 아이디어 모두 순수창작물이며, 특히 스크린을 이용한 오리지널 연기로 마술대회에 참여한 것은 자신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크린마술로 지난해 열린 제9회 롯데월드 매직 페스티벌 전유성특별상과 대만RIC특별상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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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진정한 마술사라면 마술의 생명인 보안을 중요시하고, 마술사로서의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데일리안 김희정
이때 선보였던 스크린마술의 기법과 구성을 보완해 내년께 부산국제미술페스티벌에 참가할 계획이다.

“ ‘스크린마술’이라고 하면 ‘김태원’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마술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마술사로서 새로운 마술을 창작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술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마술사이면서도 행사나 이벤트 등에 참여하는 시간을 할애해 창작마술을 구상하며 대회출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마술대회에서 한국 마술사들이 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죠. 저 또한 더 많이 노력해서 한국 마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조급함 버리고 프로의식 가져야”

“대회에 참가해보면 저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합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마술사들이 많아요. 물론, 실력도 뒤떨어지지 않죠. 나이가 들면 마술은 곧 생업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회 참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실력도 늘지 않죠.”

그가 본격적으로 마술을 시작한 것은 5년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마술이라 처음엔 무척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마술사가 연륜이 묻어나는 무대를 선보이고, 대학 등에서 신예마술사를 양성하는 원로 마술사들을 보면서 조급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는 “이제는 ‘급하게 갈 필요가 없구나...천천히 조금씩 발전하자’라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마술을 하고 있다”며 “마술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만 조급해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술사들이 프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술을 소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해 마술사 스스로 마술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위상을 실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술은 보안이 생명인데 돈만 주면 어떤 자리에서든 마술을 거리낌 없이 선보이는 마술사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마술사의 앞과 뒤, 양 옆 등 사방에 관객들이 앉아있는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 마술의 비밀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그 상황에서도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마술을 공연해야 합니다.”

“비밀이 모두 드러난 마술공연은 더 이상 마술이 아닙니다. 손장난에 불과하죠. 그런 공연에 관객들도 어떻게 신기함을 느끼고 놀라워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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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5년전 마술을 배우기 위해 복학을 미루고 무작정 태국 행을 선택했다 ⓒ 데일리안 김희정

마술사가 마술의 비밀이 탄로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리저리 떠벌리고 다닌다면 마술의 신비한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연극을 보기 전 관객들이 배우들의 대본을 모두 읽은 뒤 연극을 보는 것과 같다. 적어도 자신을 프로마술사라 자칭한다면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마술기법의 보안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미술’에서 ‘마술’로...마술위해 무작정 태국 행

그는 원래 디자인을 전공하던 미술학도였다. 중고등학교 때 취미로 하던 간단한 마술이 전부였지만, 마술에 대한 관심은 늘 갖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변변한 마술도구도 잘 없었고,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급되지 않아 마술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었죠. 서점에서 어렵게 마술책 같은 것을 구해 혼자 연습하던 게 다였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태국의 마술공연을 보게 됐고, 그는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무작정 공연팀을 찾아가 인사를 건넸고, 한국에 마술공연차 왔던 태국마술사 ‘넛’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술과 인연을 맺게 됐다.

“우연한 계기와 기회로 바뀌어버린 제 삶 자체가 하나의 마술 같기도 하네요.”

그는 제대 후 복학을 하기위해 타로카드, 고기 집, 커피숍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을 들고 태국으로 떠났다. 성적도 꽤 좋았고, 착실히 복학을 준비하던 아들이 마술을 배우기 위해 태국으로 떠난다고 통보를 했다. 아마도 그의 부모님은 적잖이 당황했을 터다.

하지만 워낙 개방적이신 부모님이라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라’며 말리지 않으셨다고 했다. 태국으로 날아간 그는 ‘넛’과 그가 속한 공연단을 따라다녔다. 5개월 간 방콕 이곳저곳을 누비며 공연보조를 하고, 여러 가지 마술들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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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향후 지방의 마술사들을 위한 정보교류의 다리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데일리안 김희정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마술을 시작하게 됐다. 쇼맨십이 강한 태국마술도 익힌 터라 그는 여타의 한국마술사보다 퍼포먼스 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마술은 종합예술...감동 주고파”

그는 마술도 하나의 공연예술이라고 강조했다. “마술공연을 위해 마술사는 혼자서 기술을 선보이고, 연기를 해야 합니다.”

“그 외 부수적인 의상, 무대장치, 음악까지도 신경써야하는 것이 마술입니다. 이것들이 함께 잘 어우러졌을 때 관객들에게 감동도 줄 수 있습니다.”

“다른 예술 장르처럼 각자 분야별로 맡아서 해주는 사람도 없죠. 오로지 마술사 혼자 이 모든 걸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마술사는 만능엔터테이너가 돼야 합니다.”

마술과 그 구성요소들을 얼마나 조화롭게 만드느냐에 따라 마술의 성패가 달려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마술은 진정한 종합예술’이라고 자부한다.

그는 앞으로 무대 위에서 좀 더 여유롭고 따뜻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마술사, 그런 웃음으로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마술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한 공연을 마치고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한 아이가 제 손을 꼭 잡더니 ‘아저씨~사랑해요~’라고 하는 겁니다. 마술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꼬마가 제게 감동을 줬죠.”

그의 마술이 순수한 동심에 가서 닿았던 것이다. 또 그 동심은 그의 마음에 와 닿았다. “제 마술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슬픈 것이건 기쁜 것이건 관객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마술사로서 그 이상의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또 그는 “대구의 마술업체들은 업체들의 경쟁과 아마추어 마술팀 들의 증가로 현재 포화상태”라며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대구는 특히 업체들 간 과잉경쟁으로 인해 마술사들이 정상적인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제살 깎아먹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른 이벤트 업만 하더라도 지역인 들끼리 뭉쳐 스스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아무래도 지방이다 보니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마술인 들의 정보교류도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술사로서 조금 더 성장하고 발을 넓혀 지방의 마술사들을 위한 정보교류의 다리역할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데일리안 대구경북 =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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